라스베가스에는 호텔, 카지노, 쇼 등 즐길 것이 정말 많지만, 이번 여행에서 저희 가족의 주된 목적은 라스베가스 자체보다는 국립공원과 자연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쇼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라스베가스로 돌아온 뒤에도 주변에서 가볼 만한 자연 명소를 찾아보았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갈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는 Death Valley National Park, Grand Canyon, 그리고 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가 있습니다.
Grand Canyon West에는 유명한 Skywalk가 있지만 Grand Canyon National Park가 아니라 Hualapai Tribe의 땅에 위치하고 있어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합니다. South Rim은 라스베가스에서 편도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사실상 하루 전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저희 가족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Grand Canyon의 South Rim과 West Rim을 모두 방문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제외했습니다. Death Valley는 다음에 서부 여행을 다시 오게 되면 Mojave Desert 지역과 함께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한 곳이 바로 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였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가까운 Red Rock Canyon
Red Rock Canyon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위치입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서쪽으로 약 17마일(27km) 떨어져 있어서 차로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조금 전까지 라스베가스에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 대신 모하비 사막과 거대한 붉은 암석들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름 때문에 National Park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한 명칭은 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입니다.
Red Rock Canyon은 1967년 Red Rock Canyon Recreation Lands로 지정되었고, 이후 보호 필요성이 커지면서 1990년 의회 법률을 통해 네바다주 최초의 National Conservation Area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National Park Service가 아니라 미국 내무부 산하 Bureau of Land Management(BLM)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Red Rock Canyon의 붉은 바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Red Rock Canyon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강렬한 붉은색 암석입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면 단순한 빨간 바위가 아닙니다. 붉은색과 주황색, 크림색의 사암이 층을 이루고 있고 그 뒤로는 거대한 회색 산맥까지 이어집니다.

이 풍경은 수억 년에 걸쳐 만들어졌습니다.
BLM에 따르면 약 1억 8천만 년 전 이 지역에는 오늘날 사하라 사막과 비슷한 거대한 모래언덕 지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모래가 쌓이고 굳어지면서 지금의 Aztec Sandstone이 만들어졌고,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우리가 보는 붉은색과 주황색을 띠게 되었습니다. 바위 표면에서 보이는 비스듬하고 곡선 형태의 줄무늬도 당시 모래언덕이 이동하면서 형성된 흔적입니다.

Red Rock Canyon의 또 다른 중요한 지질학적 특징은 Keystone Thrust Fault입니다.
약 6,500만 년 전 지각에 강한 압축력이 가해지면서 오래된 회색 석회암층이 더 젊은 붉은 사암층 위로 밀려 올라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암석은 아래에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 반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Scenic Drive를 따라가다 보면 붉은 사암 뒤로 거대한 회색 산들이 겹쳐 보이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Red Rock Canyon에서는 약 1억 8천만~1억 9천만 년 전의 공룡 발자국 화석도 확인되었습니다. 네바다주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확인된 공룡 발자국 유적이라고 합니다.
전날 Zion을 다녀온 뒤, 이날은 조금 여유롭게
전날에는 Zion National Park를 방문한 뒤 라스베가스로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쉬고 늦잠도 조금 자고, 늦은 아침을 먹은 뒤 Red Rock Canyon으로 출발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가까우니 이렇게 일정을 여유롭게 잡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입구를 통과한 뒤 가장 먼저 Visitor Center를 방문했습니다.
저희는 가지고 있던 America the Beautiful Pass를 이용해 입장했습니다. Red Rock Canyon에서도 이 패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Visitor Center에서는 먼저 지도를 받아 어디를 둘러볼지 확인했습니다.
안에는 모하비 사막의 지질과 생태계, 이 지역에 사는 동물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잠시 둘러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저희는 사막에 사는 뱀에 관한 전시도 살펴봤습니다. 야외에는 Mojave desert tortoise(모하비 사막거북)를 위한 서식 공간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날은 워낙 더워서 그런지 아쉽게도 사막거북은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한여름 모하비 사막의 더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더군요.
Red Rock Canyon의 핵심, 13-Mile Scenic Drive
Visitor Center를 둘러본 뒤 본격적으로 Red Rock Canyon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는 여러 하이킹 트레일이 있지만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한여름이라 상당히 더웠습니다. 그래서 긴 하이킹은 생략하고 대신 13-Mile Scenic Drive를 중심으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여름 가족여행에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13-Mile Scenic Drive는 약 13마일(21km)의 포장된 일방통행 도로입니다. 붉은 사암과 회색 석회암 절벽, 모하비 사막을 지나가며 곳곳의 주차장과 트레일헤드에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길이 one-way, 즉 일방통행이라는 것입니다.
한번 지나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보고 싶은 곳이 나오면 그때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 곳에도 정차하지 않고 운전만 하면 약 45분 정도 걸리지만, 사진도 찍고 여러 전망대에 내려본다면 2~3시간 정도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Scenic Drive에서 어디에 멈추면 좋을까?
Scenic Drive에는 12개의 trailhead와 parking area가 있기 때문에 모든 곳에서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처럼 긴 하이킹 없이 차를 중심으로 Red Rock Canyon을 둘러보는 가족여행이라면 몇 곳을 골라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1. Calico I & Calico II
Scenic Drive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Calico Hills입니다.
이곳에서는 Red Rock Canyon을 대표하는 붉은색과 주황색 사암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가까이 가면 암석 표면의 수많은 층과 곡선이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긴 하이킹을 하지 않더라도 주차한 뒤 잠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Red Rock Canyon 특유의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2. Sandstone Quarry
조금 더 이동하면 Sandstone Quarry가 나옵니다.
이곳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Red Rock Canyon의 근대사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BLM 자료에 따르면 1900년대 초 이곳에서 사암 채석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당시의 채석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잠시 내려 둘러볼 만한 곳입니다.
3. High Point Overlook
Scenic Drive에서 긴 하이킹을 하지 않는다면 High Point Overlook도 좋은 정차 지점입니다.
붉은 바위를 가까이에서 보는 Calico Hills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모하비 사막과 주변 산맥이 넓게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가까이에서 붉은 암석만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Red Rock Canyon이 단순히 몇 개의 붉은 바위가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상당히 넓은 사막과 산악 지형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4. Willow Spring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Willow Spring 쪽에도 들러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물이 있어 다른 사막 지역보다 식생과 야생동물을 만날 가능성이 있고, 주변에는 이 지역의 오랜 인간 활동을 보여주는 문화유산도 남아 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잠깐 걸어보는 것도 좋지만, 저희처럼 한여름에 방문한다면 굳이 모든 트레일을 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처럼 둘러본다면 추천하는 코스
라스베가스에서 반나절 정도 사용할 수 있고 긴 하이킹이 목적이 아니라면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Visitor Center → Calico I → Calico II → Sandstone Quarry → High Point Overlook → Willow Spring → Scenic Drive를 따라 출구로 이동
시간이 부족하거나 날씨가 너무 덥다면 더 단순하게,
Visitor Center → Calico I/II → High Point Overlook → Scenic Drive
정도로 둘러봐도 Red Rock Canyon의 대표적인 풍경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 가장 좋았던 점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이동하고,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면 차를 세운 뒤 잠시 내려 경치를 보고 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에는 하이킹보다 Scenic Drive
한여름 Red Rock Canyon은 상당히 덥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는 경우, 또는 긴 하이킹을 원하지 않는다면 Scenic Drive 위주로 계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날씨가 선선한 계절에 방문한다면 하이킹까지 포함해서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Red Rock Canyon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문 시기에 따라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재 BLM 규정상 10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Scenic Drive에 진입하려면 timed-entry reservation이 필요합니다. 저희처럼 6월부터 9월 사이에 방문하는 일반 차량에는 이 계절 예약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Scenic Drive 운영시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방문하기 전에 BLM Red Rock Canyon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반나절 자연여행을 찾는다면
Red Rock Canyon을 둘러보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라스베가스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Grand Canyon이나 Death Valley처럼 하루 전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긴 하이킹을 하지 않더라도 Scenic Drive를 따라 이동하면서 모하비 사막과 붉은 사암 절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처럼 자연과 국립공원 여행을 좋아하면서 라스베가스의 쇼나 다른 일정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면 반나절 코스로 넣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잠시 벗어나 모하비 사막의 완전히 다른 풍경을 경험하고 싶다면 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를 한번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